충치균 생김새|치아를 파괴하는 과정 4단계

혹시 거울 앞에서 활짝 웃었을 때, 치아에 생긴 거뭇한 점 때문에 신경 쓰인 적 있으신가요? 또는 차가운 물을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 때문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계신가요? 이 모든 문제의 주범이 바로 우리 입속에 살고 있는 ‘충치균’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일 꼼꼼히 양치질을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충치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충치균의 정체와 그들이 우리 치아를 파괴하는 과정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충치균, 그리고 치아 파괴의 전말

  • 충치균의 왕,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는 당분을 먹고 산(acid)을 배출하여 치아를 부식시킵니다.
  • 이 충치균들은 끈적한 막인 플라크(치태)를 형성하여 치아 표면에 단단히 달라붙어 세력을 확장합니다.
  • 충치는 법랑질 파괴부터 시작하여 상아질, 그리고 신경(치수)까지 총 4단계에 걸쳐 치아를 점진적으로 파괴하며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충치균의 왕, 뮤탄스균의 정체

우리 입속에는 수많은 구강 세균이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충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세균은 바로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줄여서 뮤탄스균입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충치균 생김새는 마치 작은 포도송이처럼 동그란 구균들이 여러 개 연결된 연쇄상구균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치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뮤탄스균의 생존 전략- 바이오필름 형성

뮤탄스균이 충치를 유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바이오필름(Biofilm)’을 형성하는 능력 때문입니다. 바이오필름은 흔히 플라크 또는 치태라고 불리는 끈적끈적한 세균막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면 입안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특히 설탕과 같은 당분은 뮤탄스균에게 최고의 먹이가 됩니다. 뮤탄스균은 이 당분을 섭취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젖산(lactic acid)과 같은 산(acid)을 배출합니다. 동시에 끈적한 다당류를 만들어내어 치아 표면에 견고하게 달라붙는데, 이것이 바로 플라크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플라크는 뮤탄스균을 비롯한 여러 입속 세균들에게 안전한 서식처, 즉 ‘세균막 도시’를 제공합니다. 칫솔질이나 물로 헹구는 것만으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 세균막 안에서 뮤탄스균은 안정적으로 번식하며 지속해서 산을 생성해내고, 이 산이 치아의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용어 설명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 충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구강 세균. 당분을 분해하여 산을 생성합니다.
플라크 (치태) 세균과 음식물 찌꺼기, 침 성분이 섞여 치아 표면에 형성되는 끈적한 세균막입니다. 양치질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필름 플라크와 유사한 개념으로, 세균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형성하는 막 구조를 의미합니다.
치석 제거되지 않은 플라크가 침 속의 칼슘, 인과 같은 무기질과 결합하여 단단하게 굳어진 것입니다. 칫솔질로는 제거되지 않아 스케일링이 필요합니다.

소리 없이 시작되는 치아 파괴 과정 4단계

충치균이 치아를 파괴하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치아 깊숙한 곳까지 손상시키며 심각한 문제로 발전합니다. 이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단계- 법랑질 충치 (초기 충치)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법랑질(에나멜)로 덮여 있습니다. 충치의 첫 단계는 뮤탄스균이 만들어낸 산에 의해 이 단단한 법랑질 표면의 칼슘과 인 같은 무기질이 녹아 나오는 ‘탈회’ 현상부터 시작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치아 표면에 하얀 반점이 나타나거나 옅은 갈색 또는 검은색 선이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통증도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정기검진과 올바른 구강 관리, 특히 불소 도포 등을 통해 재광화(재석회화), 즉 법랑질이 다시 단단해지는 것을 유도하여 충치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2단계- 상아질 충치

법랑질이 파괴되고 나면 충치는 그 안쪽에 있는 상아질로 퍼지게 됩니다. 상아질은 법랑질보다 무기질 함량이 낮고 무르기 때문에 충치의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상아질 내부에는 수많은 미세한 관(상아세관)이 신경과 연결되어 있어, 이 단계부터는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 단 음식을 먹을 때 찌릿하거나 시린 통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충치가 검게 보이며, 음식물이 끼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충치 부위를 긁어내고 레진이나 인레이 같은 재료로 떼우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3단계- 치수염 (신경 감염)

상아질까지 뚫린 충치를 계속 방치하면 세균은 결국 치아의 가장 깊은 곳, 신경과 혈관이 분포하는 ‘치수’까지 침투하게 됩니다. 치수가 세균에 감염되면 염증이 생기는데, 이를 ‘치수염’이라고 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특히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뜨거운 음식에 통증이 악화되고, 차가운 것에 오히려 통증이 잠시 완화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치수염이 발생하면 감염된 신경 조직을 제거하고 그 공간을 다른 재료로 채우는 신경치료(근관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 후에는 약해진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크라운을 씌워야 할 수 있습니다.

4단계- 치수 괴사 및 치근단 염증

치수염을 넘어 염증이 치아 뿌리 끝까지 퍼지면 치수는 결국 괴사하고, 고름 주머니(농양)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오히려 극심했던 통증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신경이 죽었기 때문이며 결코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염증은 치아 뿌리를 감싸고 있는 뼈(치조골)까지 녹일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잇몸이나 얼굴이 붓고 전신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면 신경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워 결국 치아를 뽑아야 하는(발치)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충치균으로부터 내 치아를 지키는 방법

충치균의 생김새와 치아 파괴 과정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충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충치 예방의 핵심은 충치균의 먹이가 되는 당분 섭취를 줄이고, 충치균의 집합체인 플라크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구강 관리 습관

  • 꼼꼼한 양치질: 식사 후와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 3번 이상, 3분 동안 칫솔질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특히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면 법랑질을 강화하고 충치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치실과 치간칫솔 사용: 칫솔모가 닿지 않는 치아 사이는 충치가 생기기 쉬운 곳입니다. 반드시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여 치아 사이의 플라크를 제거해야 합니다.
  • 혀클리너 사용: 혀에도 많은 세균이 존재하며, 이는 입냄새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혀클리너로 혀를 부드럽게 닦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

  • 당분 섭취 줄이기: 설탕이 많이 든 간식이나 음료는 충치균에게 최고의 영양 공급원입니다. 섭취 횟수를 줄이고, 먹은 후에는 바로 양치하거나 물로 입을 헹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치아에 좋은 음식 섭취: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은 치아 표면을 닦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자일리톨은 뮤탄스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충분한 수분 섭취: 침(타액)은 입안의 산을 중화시키고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을 자주 마셔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즉 구강건조증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과와의 약속, 정기검진

초기 충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스스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치과를 방문하여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충치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특히 어린이 충치의 경우, 영구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치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며, 필요하다면 실란트(홈메우기)와 같은 예방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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